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하지 않은 '건국'을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뭐라고 했을까.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광복 73주년 경축식에 참석해 “오늘은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이라고만 표현했다. 4500자가 넘는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대목은 아예 없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와 올해 3ㆍ1절 기념사에서 ‘2019년은 건국 100주년’이라고 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건국절 논란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위원장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1948년 건국을 당연시했다. 그게 다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1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봤다”며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실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뭐라고 했을까.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 1998년 광복절 경축사 제목은 ‘제2의 건국에 동참합시다’였다. 김 전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대한민국 건국 50년사(史)는 우리에게 영광과 오욕이 함께 했던 파란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같은 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한 ‘제2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의 창립선언문도 “건국 50년 동안 우리는 분단과 남북대립 질곡 속에서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200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58년 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되었다. 빼앗겼던 나라와 자유를 되찾았다. 그로부터 3년 후에는 민주공화국을 세웠다"라고 전제한 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러한 해방과 건국의 역사 위에서 자유를 누리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인 2007년 광복절에도 "62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3년 뒤 이날 나라를 건설했다. 오늘 우리가 자유와 독립을 마음껏 누리고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했다.
8·15 경축사만 보자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공히 '1948년=건국'으로 인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당에서 "과거 진보정권에서도 인정했던 1948년 건국을 왜 문재인 정부가 뒤집으려고 하느냐. 어떤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고 비판하는 이유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건국을 언급했을 때는 현재와 같은 건국절 논란이 벌어지기 이전"이라며 "2006년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 칼럼에서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고 강조한 게 논란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노 전 대통령 역시 퇴임 후 2008년엔 "단군왕검이 건국을 해놓았고 그 뒤 수없이 계속 건국을 해 왔다"며 "사실 1948년은 우리 정부를 수립한 날인데, 정부 수립한 날을 왜 건국이라고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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