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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출신 탈북민 몸에서 치사량 수준 방사능 검출/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더 멋진친구 2019. 10. 3. 10:50
입력 2019.10.02 01:30

[풍계리 방사능, 고성서 300㎞ 떨어진 동해 유입 가능성 … 통일부 '피폭 탈북자' 1년간 쉬쉬]

북한이 핵실험 6차례 했던 곳
10명 중 5명, 유전자변이 확인… 통일부, 작년 조사하고도 덮어

2017·2018 조사 40명중 9명, 치사량 해당하는 방사능 검출
전문가들 "6차례 핵실험으로 풍계리 땅·지하수 오염됐을 수도… 한국에 영향 미칠 가능성 조사를"

통일부가 지난해 9월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한 함경북도 풍계리와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 10명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 검사를 진행한 결과, 5명의 피폭 흔적이 '염색체 이상'의 판단 기준인 250mSv (밀리시버트)를 초과했다. 48세 여성의 경우 '발암 확률 급증'에 해당하는 1386mSv가 나왔다. 원전업계 종사자의 연간 허용치가 50mSv 정도다. 하지만 통일부는 1년째 이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서울 수준(연간 1mSv)인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끊임없이 거론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실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방사능 피폭 검사자 10명 중 5명의 몸에서 각각 7~59개의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이들에게선 각각 279~1386mSv의 방사선 피폭 흔적이 나왔다. 최고치(1386mSv)를 기록한 48세 탈북 여성은 길주읍(풍계리에서 23㎞) 거주 당시 1~3차 핵실험(2006~2013년)을 겪었다. 앞서 30명을 대상으로 한 2017년 검사에선 4명의 피폭량이 250mSv를 초과했다. 일상생활에서 피폭되는 연간 자연 방사선량이 2.4mSv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수백mSv 이상의 수치는 일상생활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 연관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미국 네바다주 등에서 핵실험을 했을 당시에도 이 정도로 높은 수치가 보고되지는 않았다"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지하 갱도가 무너졌을 수도 있고, 상황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시설물들이 폭파되면서 흙먼지가 솟아오르고 있다. 당시 북한은 전문가는 배제한 채 언론만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를 폭파했다.
작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시설물들이 폭파되면서 흙먼지가 솟아오르고 있다. 당시 북한은 전문가는 배제한 채 언론만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를 폭파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6차례의 핵실험으로 풍계리 주변의 토양과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풍계리 등 길주군 주민들은 핵실험 장소인 만탑산을 발원지로 하는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한다"며 "이 식수를 통해 방사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지역 출신 탈북자들 사이에선 수년 전부터 핵실험장 주변 마을에 기형아가 태어나거나 원인 모를 '귀신병'이 돈다는 증언이 다수 나왔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만탑산에서 발원한 장흥천·남대천이 길주군·화대군을 거쳐 동해로 흐른다"며 "해류를 타고 한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최북단인 고성에서 300㎞, 서울에서 450㎞ 떨어진 풍계리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은 이처럼 우리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통일부는 검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국회 제출 자료에도 상세 내역은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2017년 연구의 결론이 방사능 피폭과 (핵실험은)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라며 "(작년) 추가 검사에서 나온 내용이 지난해와 같은 것이라 따로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는 일본과 과거사·경제 갈등 중인 우리 정부가 2011년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오염 문제를 거듭 제기하는 모습과는 딴판이다.

통일부의 길주군 출신 탈북자 방사선 검사 결과 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지역의 경우 평균 방사능 수치가 1mSv 정도고, 방사능 사고가 터졌을 때 현장 작업자도 (피폭선량이) 100mSv 이하였다"며 "풍계리 출신 탈북민들의 검사 결과는 일반인의 수백 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준이고,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수치"라고 했다. 야당 관계자 는 "이런 심각한 결과를 정부가 애써 과소평가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북한 감싸기 아니냐"고 했다.

정병국 의원실에 따르면, 검사 대상이 된 탈북민 상당수는 두통, 시력 저하, 후각·미각 둔화, 심장 통증, 백혈구 감소증, 뼈·관절 고통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에게 후속 안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2/20191002001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