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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 음식 덜 먹어도 수치 안 내려가

더 멋진친구 2019. 12. 5. 21:46

['콜레스테롤 전문가'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인터뷰]
 

― 콜레스테롤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소리 없는 살인자'로 인식되고 있는데 최근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과 비교할 때 위험성이 과대 포장됐다는 주장이 있다.

"콜레스테롤은 혈관의 내피세포가 죽(粥)처럼 손상되는 죽상경화를 일으키고, 혈관의 중심 부위가 딱딱하게 변하는 동맥경화는 고혈압과 노화가 주원인이다. 죽상경화와 동맥경화가 합쳐져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일으키므로 콜레스테롤이 고혈압에 비해 덜 위험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혈관 자체만 놓고 보면 콜레스테롤(LDL), 고혈압, 담배, 혈당 순으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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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콜레스테롤 위험성 과장됐다?
혈관 건강엔 고혈압보다 치명적,
심장병보다 뇌졸중에 직접 영향

― '미국의학협회지' 공동편집장을 지낸 에드워드 펑크니 박사는 약 3000건의 콜레스테롤 연구를 검토한 뒤 '약을 써서 콜레스테롤을 낮춘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 사망률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콜레스테롤 사망률 연구는 대부분 2~ 4년으로 끝난다는 문제가 있다. 몇 십년 걸친 장기 연구를 한다면 당연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사망률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단기 연구에서도 사망률과는 무관하지만 심근경색, 심부전, 뇌경색 발병률은 높은 것으로 나왔을 것이다."

― 2015년 2월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성인 기준 하루 300㎎ 이하로 권고하던 콜레스테롤 섭취 기준을 폐지했다.

"사실 음식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큰 관련이 없다. 사람 몸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음식으로 섭취한 양과 몸에서 합성한 양의 합인데 사람마다 일정한 기준 값이 정해져 있다. 이 기준 값을 맞추기 위해 간 세포에 있는 'SREBP'라는 인자가 체내 콜레스테롤 양을 감지해서 조절한다.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많으면 적게 합성하고, 적으면 많이 합성하는 것이다. 결국 콜레스테롤 섭취가 많건 적건 혈중 수치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한편 젊을 때는 이 기준 값이 낮게 유지되다 나이가 들면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콜레스테롤 기능 및 생성 분해과정. /그래픽=김현국 기자

콜레스테롤 기준, 사람마다 달라
나이 들면 높아지는 경향…
수치 크게 변했다면 갑상선 점검

― 각 병원이 환자에게 권고하는 고지혈증 환자 식생활지침은 무의미한 것인가?

"예전에는 이런 원리를 잘 몰라서 음식을 조심하라고 했다. 음식뿐 아니라 운동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 도움이 안 된다. 때문에 고지혈증 환자만 놓고 보면 생활요법은 무의미하다. 다만, 고지혈증 환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다른 대사질환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위험 요소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살을 빼고 운동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 지금부터는 고기나 새우, 오징어, 알탕 실컷 먹어야겠다.

"특히 참치나 새우 등 해산물은 콜레스테롤이 많지만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몸에 해로운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에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고 오히려 몸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을 올리므로 조금 많이 먹어도 된다. 좀 다른 얘기지만 몸에 지방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65세 이상 노인은 체중이 빠지면 안 된다. 지방이 없으면 성 기능과 면역 기능 등이 저하된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좀 뚱뚱한 환자가 마른 환자보다 훨씬 회복 및 재활 결과가 좋다."

―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내분비적 원인이 있나?

"갑상선은 몸의 에너지를 태우는 호르몬인데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콜레스테롤이 올라간다. 따라서 갑자기 콜레스테롤 수치가 변하면 갑상선 기능을 점검해 봐야 한다."

― LDL은 몸에 덜 해로운 A형과 더 해로운 B형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성지방에서 HDL을 나눈 값이 4를 넘지 않으면 A형 LDL이 많으며, 이때는 약물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A형 LDL이 많은 사람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 B형 LDL이 많다. 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LDL 수치만 보고 약을 처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 어떤 기준으로 약을 처방하나?

"개인적으로 당뇨병, 고혈압, 흡연, 비만 등 다른 위험 요소가 전혀 없다면 LDL 150㎎/㎗ 이하에선 약을 쓰지 않는다. 위험 요소가 있어도 100~130㎎/㎗ 정도면 지켜본다. 단, 몸에 해로운 B형 LDL이 많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130㎎/㎗이 넘지 않아도 약을 쓸 수 있다. B형 LDL이 많은지 여부는대사질환 여부를 따져서 판단하는데 복부비만(허리둘레 남자 90㎝, 여자 85㎝ 이상), 중성지방 150㎎/㎗ 이상, HDL 남자 40㎎/㎗ 여자 50㎎/㎗ 미만, 혈압 130/85㎜Hg 이상, 공복혈당 110㎎/㎗ 이상 등 다섯 가지 항목 중 셋 이상에 해당하면 B형 LDL이 많은 것이다. 한편 의사마다 약물 처방 기준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신경과 의사들이 가장 엄격하게 LDL 수치를 관리한다. 고지혈증은 심장질환보다 뇌졸중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어떤 신경과 선생님은 LDL 수치를 50~60㎎/㎗ 수준으로 관리한다. 그 다음이 심장내과이며, 내분비내과는 비교적 덜 엄격하게 관리를 한다."

차봉수 교수의 인물·인맥 검색
의사들이 추천한 콜레스테롤 명의
혈관건강, 혈관청소부 HDL 높이는 것이 중요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혈관 단면도 사진. /헬스조선 DB

엄격한 콜레스테롤 수치관리로
심장수술 환자 감소해,

― 콜레스테롤 기준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예전엔 총콜레스테롤 240㎎/㎗ 이하가 정상이었는데 지금은 200㎎/㎗이다. LDL도 130㎎/㎗에서 100㎎/㎗으로 강화됐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혈관을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일부에선 제약사 로비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약을 팔아먹기 위해서인 측면도 없잖아 있다. 그러나 약이 그만큼 값을 한다. 내가 1999년 미국에 연수 갔을 때 심장수술을 하는 흉부외과 의사는 병원 내 최고 대우를 받았다. 2005년, 내 후배 흉부외과 의사가 미국에 연수를 갔다가 아예 그 병원에 정식 취업했는데, 3~4년 뒤 한국에 돌아왔다. 심장수술 환자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10년 만에 심장수술 환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기준을 강화해 엄격하게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했기 때문이다."

― 콜레스테롤 치료제인 스타틴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의사가 많다. 실제 미국 FDA는 2012년 모든 스타틴 약에 당뇨병 위험 경고 문구를 표기하도록 했다.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스타틴은 일시적으로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혈당을 올리고 기억장애·근육통·무기력감을 유발하는 식이다. 특히 공복혈당을 2~3㎎/㎗ 올리는데, 원인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안 나빠진다. 스타틴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면 계속 나빠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인지 기억장애도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나른함·근육통도 크게 문제가 안 된다. 나도 10년쯤 전부터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데 확실히 나른하긴 하다. 그러나 부작용은 약이 주는 효과에 비할 바 아니다."

― 콜레스테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하나?

"보통 평생 복용한다."




☞차봉수 교수는



몸속 영양 대사에 관심이 많아 당(糖)과 지질(脂質)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했다. 당뇨병 환자를 많이 보는데, 이들 중 70% 이상이 고지혈증 같은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지혈증 치료에 일가견이 있다. 박사 학위 과정 중에도 영양 결핍, 식사 습관과 관련된 영양 대사를 공부했다. 지금도 지질이 몸속에서 순환, 작용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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