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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더 멋진친구 2022. 3.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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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돗물을 마신다” 수질 전문가의 수돗물 이야기 | 에코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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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20여 년을 수도분야에만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다보니 종종 듣는 질문이다. 방송 인터뷰에서도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물론 내 답변은 “네. 충분히 안전합니다.”이다.

나는 수돗물을 마신다” 수질 전문가의 수돗물 이야기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 수준

수돗물은 강물이나 호수의 물을 정수하여 생산한다. 우리나라의 수질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음용수의 탁도 기준이 5NTU임에도 우리나라는 정수한 물의 탁도가 0.5NTU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탁도는 물의 탁함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중의 입자성 물질로 인해 나타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수장의 정수기술은 매우 정교하고 뛰어나서 정수의 탁도 기준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탁도 기준을 달성할 정도로 수중의 입자성 물질을 걸러내면 수중의 미세입자뿐 아니라 박테리아, 원형동물, 기생충, 바이러스까지 거의 전부 걸러낼 수 있다. 실제로 탁도 0.5NTU의 물을 보면 계곡의 청정수보다 더 투명하고 깨끗하다.
그럼에도 혹자는 입자성 물질이 문제가 아니라 발암성물질이나 그 외의 건강에 유해한 미량유기물질이 더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수질기준에는 유해할 수 있는 미량유기물질, 발암성물질, 중금속에 대한 개별적인 기준이 있다. 모든 정수장의 정수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이러한 유해물질들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 혹시 우리나라의 수질기준 항목이 58개밖에 되지 않아서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나 우리나라에서 수질기준항목을 정하는 과정을 알면 그러한 의혹은 풀린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매년 분기별로 4대강의 주요지점에서 강물을 떠서 약 150개 이상의 화학물질에 대해 검사를 한다. 그중에서 검출이 되거나 검출농도가 점차 높아지거나 일정 농도에 달하는 물질이 있으면 감시항목으로 지정해 특별히 주의를 집중하여 검사한다. 혹시 이들 중에서 검출빈도가 점차 높아지거나 검출지역이 많아지면 수질검사 항목으로 지정한다. 현재의 수질검사 항목은 이미 10여 년 이상 주요 강과 호소의 원수를 관찰한 결과로 지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강이나 호소에 있을 수 있는 유해한 물질이 수질검사 항목에서 빠지는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떠도는 소문과 진실

최근에 울산지역의 한 방송이 에폭시코팅 수도관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되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된 적 있다. 그러나 이들이 비스페놀A를 검출한 방법은 수돗물의 공급행태와는 너무 다르다. 매 순간 일회성으로 물이 지나가는 수도관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30일간 폐쇄회로에 물을 순환시킨 후 측정한 결과 비스페놀A가 19.62ppb/L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2005년부터 원•정수, 수돗물, 병물 아리수에 대해 총 623회 비스페놀A를 검사하고 있지만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
또한 2010년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비스페놀A의 일일섭취허용량은 50ppb/kg/일이다. 약 50킬로그램의 몸무게를 가진 성인의 경우 일일 섭취허용량은 2500ppb이라는 말이다. 비스페놀A를 검토 항목으로 정하고 있는 일본의 잠정기준도 100ppb/L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미량유기물질을 정수할 수 있는 고도정수 공정인 활성탄공정이나 오존공정이 주요한 정수장에 도입되었고, 최근에는 서울시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정수장에 추가적으로 도입되고 있어서 충분히 안전하고 위생적인 물을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다.
또한 2001년부터는 정수공정인 여과와 소독의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했다. 설혹 강물이나 호소수에 염소소독에 저항력이 강한 바이러스나 원형동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이를 ‘정수처리기준’이라고 하는데 이 기준에 의하면 정수의 탁도를 연속적으로 검사하여 검사시료의 95퍼센트는 0.3NTU이하이어야 하고 나머지 5퍼센트 시료에서도 탁도가 1NTU를 초과하면 안 된다. 소독은 여과과정에서 혹시라도 누출될 수 있는 원형동물이나 바이러스를 충분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하게 정하였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은 세계에서도 미국이나 가지고 있는 기준이다.
염소 냄새에 거부감을 갖거나 염소는 독극물이라서 수돗물에 염소를 투입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시민들도 있다. 그러나 수돗물에 투입하는 염소는 미량이고, 염소냄새가 다소 심미적으로 거부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돗물에 남아있는 미량의 염소는 수인성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어벽이다. 중세에 염소소독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 수인성 전염병이 돌면 한 마을이 몰살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염소를 너무 거부할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돗물을 끓이면 물이 죽는다?

노후 수도관 때문에 수질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노후 수도관은 정수장의 물이 가정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수질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고, 기후변화에 대응해야하는 시대에 많은 에너지와 수자원을 낭비하게 되므로 노후관은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에 4대강에 번성하는 녹조로 인해 냄새나 맛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원수관리와 정수시설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1989년 이후 우리나라의 수도사업은 양적인 공급보다 질적인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매진하여 왔다. 그 결과 수돗물은 충분히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돗물에 대한 시중에 떠도는 근거 없는 말들이 많다. 그중에서 수돗물은 죽은 물이고, 산소가 파괴된 물이고, 끓이면 미네랄도 없어지고, 육각수가 아니라는 등의 말이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들이다. 생수라고 이름 붙이면 한자어대로 살아있는 물인가? 그럼 생수는 어디서부터 온 말인가? 살아있는 것을 증명하여 생수라고 붙인 것도 아니고, 듣기 좋게 붙인 이름이 생수라서 살아있는 물로 인정되는 것은 본말전도이다. 물은 물일뿐이다.
산소가 파괴되는 법은 없다. 산소는 원소이고 이것은 파괴되지 않는다. 단지 물을 끓이면 물의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산소가 물에 용해될 수 있는 양이 줄어들어서 수중의 산소 양이 줄어든다. 그러나 물이 식으면 다시 산소가 물에 녹아들어서 예전과 같아진다. 수중의 산소의 양은 온도와 산소용해의 평형에 관계된 것이지 어떤 물은 산소가 많아지고, 수돗물은 산소가 파괴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상온에서 수돗물의 산소농도를 측정하고, 끓인 후에 측정하고, 다시 식힌 후에 측정해 보라. 그리고 생수의 산소농도와 비교하여 보면 절대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수돗물을 끓여서 먹으면 미네랄이 파괴된다거나 없어진다는 것도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미네랄은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의 원소다. 끓여서 파괴될 수 없는 것들이며, 끓일 때 수증기와 함께 증발할 수 없는 것들이다. 만일 끓이면 미네랄이 없어진다면 바닷물을 끓여서 증발시키면 미네랄 성분인 나트륨은 날아가고 맹물만 남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바닷물을 끓이거나 증발시키면 미네랄 성분인 소금이 남는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육각수를 처음으로 제창한 전무식 박사도 육각수는 온도의 문제이고, 물을 끓여서 온도가 높아지면 물의 육각형태가 변하지만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육각수가 된다고 하였다.

먹는 물 수돗물 바로 알자

물에 대하여 과학적 근거도 없는 말들이 인구에 회자되며 마치 진실인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또 이런 섣부른 지식을 검증도 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아는 대단한 지식인 양 퍼뜨리는 행위는 기가 막힌다. 근거 없이 떠도는 말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수돗물을 불신하게 하여 가계와 국가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알면 사랑한다고 했다. 수돗물에 대하여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eechoi@korea.ac.kr
// 사진 서울시 강북정수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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