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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증의 예후 두통

더 멋진친구 2016. 1. 28. 08:10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하는 모습. 목 부위 혈관이 동맥경화로 얼마나 좁아졌는가 여부로 두통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예측, 평가할 수 있다. 작은 사진은 지주막하출혈에 의한 두통 발생을 형상화한 것이다. 경희대병원 제공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하는 모습. 목 부위 혈관이 동맥경화로 얼마나 좁아졌는가 여부로 두통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예측, 평가할 수 있다. 작은 사진은 지주막하출혈에 의한 두통 발생을 형상화한 것이다. 경희대병원 제공

얼마 전 신년인사회를 겸한 파티장에서 52세의 A씨가 넘어졌다. 그는 “구급차를 불러주겠다”는 주위 사람의 제의를 “괜찮다”며 만류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잠깐 어지러움을 느껴 휘청거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A씨는 그 뒤에도 별 문제가 없는 듯했다. 지인들과 그런대로 즐겁게 어울리다 제 발로 귀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튿날 오후에 터졌다. 저녁 무렵 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응급 후송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지주막하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파티장에서 발생한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한 게 문제였다. 어지러움을 느꼈을 때 곧바로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구급차를 이용했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던 죽음이었기에 안타까움이 더 컸다.

뇌졸중 적신호가 켜졌다. 최강 한파가 이어지면서 갑자기 극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 김용재 교수는 25일 “우리 몸은 갑작스런 추위와 생활패턴의 변화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한파가 이어질 때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은 만큼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두통을 경계해야 한다. 두통은 평소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지만 그 자체로 머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더욱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 두통을 호소한 환자가 18∼32%나 되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지주막하출혈에 의한 두통이다. 2명 중 1명이 사망한다. 다행히 생명을 건지더라도 후유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50%에 이른다.

지주막 부위 뇌혈관이 터지면 갑자기 벼락이 치는 듯한 두통 또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이 발생한다. 어지러움을 느낀 뒤 잠깐 의식을 잃을 수 있으며 출혈량이 많을 경우 바로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대개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거나 격렬한 운동을 한 직후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문제는 지주막하출혈 중 약 10%가 A씨와 같이 처음엔 별다른 증상도 없이 머리가 묵직한 정도의 두통만 나타낼 뿐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단순 두통으로 오인했다가 응급상황을 자초하기 쉬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발생 빈도는 낮지만 뇌 조직에 치명상을 가하는 뇌정맥 혈전증도 두통을 일으킨다. 뇌정맥 혈전증은 뇌 밖으로 혈액을 흘려 내보내는 정맥이 막히는 병이다. 이 경우 갑작스럽기보다는 조금씩 두통이 심해지는 양상이 대부분이다. 배에 힘을 주거나 누워있으면 정맥순환이 더 어려워 두통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역시 치료가 늦어질수록 뇌경색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뇌경색증도 약 20% 정도에서 두통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주로 혈관을 막는 염증 물질과 막힌 곳을 돌아가는 우회 혈관의 확장 등이 신경을 자극해 두통을 일으킨다.

뇌경색증으로 시야를 담당하는 우측 뇌 후두엽이 손상되면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이 동반된다. 따라서 갑자기 두통을 느꼈는데 한쪽 눈이 침침한 듯 여겨지면 바로 뇌경색을 의심하고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젊은 여성이 많이 앓는 편두통도 뇌졸중을 부른다. 편두통은 주로 머리 한쪽 또는 양측이 아프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4∼72시간 지속되는 증상이다. 이때는 구역, 구토 외에 눈앞이 뿌예지고 뭔가 번쩍이는 섬광이 나타난다든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의 전조 증상을 보인다.

한림의대 (평촌)성심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는 “이런 전조가 있는 편두통의 경우 뇌졸중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2∼3배에 이른다. 특히 45세 이하 나이에 흡연을 하고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평소 편두통을 겪고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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