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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더 멋진친구 2015. 12. 1. 07:18

박미정(왼쪽) 김신혜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성조숙증이 의심돼 병원을 찾은 어린이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진짜 성조숙증 환자인 것으로 진단됐다.

박미정ㆍ김신혜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2004~2010년 성조숙증이 의심돼 병원 진료를 받은 8살 미만 여자어린이와 9살 미만 남자어린이 등 모두 2만1,351명을 분석한 결과, 실제 성조숙증으로 건강보험을 적용 받아 치료 받은 환자는 10.3%(2,196명)였다.

하지만 성조숙증 확진비율은 2004년 7.5%에서 2010년에는 15.8%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박 교수는 “어린이 비만 증가,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 인터넷 등을 통한 성적 자극 증가 등으로 성조숙증에 해당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성조숙증 확진 비율을 성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남자어린이는 2004년 12%에서 2010년 9.1%로 줄어든 데 반해 여자어린이는 7.3%에서 16.1%로 2배 이상 늘었다. 실제 성조숙증 발생(2010년 기준)은 여자어린이의 경우 10만 명당 50.4명으로 남자어린이 1.2명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났다.

박 교수는 “여자어린이에게 성조숙증이 많은 이유는 여성의 뇌가 자극적 노출에 더 민감해 성호르몬 자극 호르몬을 더 잘 만들어내기 때문 등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성조숙증은 보통보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사춘기가 빨리 오면 뼈의 성장판도 일찍 닫혀 성인이 됐을 때 키가 덜 크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어린이 비만이나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 인터넷 등을 통한 성적자극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보통 여자어린이는 사춘기가 만 10살, 남자어린이는 만 11살부터 시작된다. 성조숙증은 여자어린이의 경우 만 8살 이전에 가슴 멍울이 생긴다거나 만 10살 이전에 초경이 시작될 때를 말한다. 남자어린이는 만 9살 이전에 고환이 커지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

사춘기가 빨리 온다고 해서 어른이 됐을 때의 키가 다 작은 것은 아니다. 여자어린이의 경우 보통 초경 뒤에도 5~7㎝ 더 자라고, 남자어린이는 이보다 더 자랄 수 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는 성호르몬 분비 자극 검사에서 성호르몬 농도가 매우 높거나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두 살 이상 빠른 경우다. 또 사춘기인데도 또래보다 키가 몹시 작은 경우 등이다.

이 때에는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치료를 통해 사춘기를 다소 늦출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육류ㆍ달걀ㆍ두부ㆍ우유 등을 많이 먹으면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과식하면 문제될 수 있지만 이들 음식 그 자체로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모의 사춘기가 빨리 시작됐다면, 아이가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무분별한 보약ㆍ건강식품ㆍ스테로이드가 든 식품 등도 피하는 게 좋다.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샴푸, 방향제, 향수, 일회용 용기 등도 사용을 줄여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